
규제 1년, 집값은 어디로 갔나
지난해 10월 15일 정부는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했습니다. 집값을 반드시 잡겠다던 그 대책이 이달로 꼭 1년을 맞았습니다. 결과부터 보면 숫자는 정직합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통계에서 이달 첫째 주(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대책 발표 직후인 지난해 10월 셋째 주보다 10.41%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도 9.96% 상승했습니다. 서울 아파트값은 87주 연속 오름세입니다.
대출을 조이자 수요가 옮겨 갔다
대책의 초점은 빚을 쓸 수 있는 사람을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규제가 집값 상승세가 빠르게 번지는 것을 일정 기간 막는 효과는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대출 한도가 줄어든 실수요자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저가 아파트로 눈을 돌리면서, 규제가 겨냥하지 않은 구간의 가격이 오히려 밀려 올라갔습니다.
“풍선효과 자체를 차단하지는 못했고 결국 대출 규제에 따라 수요가 중저가 지역으로 이동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의 평가입니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고가주택은 세금 부담으로 가격이 눌리는 반면 실수요자가 찾는 중저가 아파트는 오히려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짚었습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갭투자 수요를 차단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전세 매물 감소와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중하위 지역이 수도권 집값 상승을 견인하는 가격 키 맞추기 현상이 가속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규제가 손대지 못한 곳, 공급
1년의 성적표에서 더 뼈아픈 대목은 공급입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국 아파트 준공 물량은 13만2,326채로 전년 동기 대비 29.3% 줄었습니다. 수도권은 7만1,774채로 23.4%, 서울은 2만1,933채로 23.3% 감소했습니다. 착공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같은 기간 수도권 주택 착공은 8만6,739가구로 1.5% 늘어나는 데 그쳤고, 서울이 41.1% 늘어난 사이 경기는 23.9% 줄어 지역 편차가 컸습니다. 홍지선 국토부 장관도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올해 수도권 착공이 계획 물량의 100%를 채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80~88% 수준을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공백은 다음 달부터 세입자 쪽에서 먼저 체감됩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 집계로 11월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1,559채로, 지난해 같은 달(2만2,551채)의 절반 수준입니다. 수도권은 이달(7,924채)보다 49% 줄어든 4,031채이고, 서울은 3개 단지 488채에 그칩니다. 인천은 예정 물량이 아예 없습니다.
| 구분 | 10월 입주 예정 | 11월 입주 예정 |
|---|---|---|
| 전국 | 1만6,567채 | 1만1,559채 |
| 수도권 | 7,924채 | 4,031채 |
| 서울 | 3,302채 | 488채 |
| 인천 | 1,834채 | 0채 |
| 경기 | 2,788채 | 3,543채 |
| 지방 | 8,643채 | 7,528채 |
경기 물량도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11월 경기 3,543채 가운데 약 89%가 평택시(1,604채)와 이천시(1,532채)에 몰려 있어, 서울 생활권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4분기 전체로 보면 전국 입주 예정 물량은 4만4,337채로 지난해 같은 기간(7만2,400여 채)보다 39%가량 적습니다. 정부가 8·13 대책에서 제시한 올해 수도권 아파트 입주 전망치 10만5,000가구는 최근 10년 연평균(18만3,000가구)보다 42.6% 적은 수준입니다.
내 상황이라면 무엇을 볼까
무주택자·세입자
전셋값은 이미 움직이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가격동향을 보면 올해 들어 10월 둘째 주(12일 기준)까지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누적 6.52% 올랐고, 서울이 8.55%로 가장 많이 올랐습니다. 재계약 때 부담을 떠안는 구조도 뚜렷합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기준으로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전세 갱신계약 4,501건 중 3,971건(88.2%)은 세입자가 보증금을 올려주며 계약을 연장한 경우였고, 중랑구는 이 비중이 94.35%에 달했습니다. 신축 입주를 기다리기 어려운 지역이라면 재계약 시점과 보증금 조달 계획을 미리 계산해 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PASS 앱에서 전세자금 대출 한도와 금리를 함께 조회해 두면 협상 자리에서 훨씬从容하실 겁니다.
1주택 갈아타기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속도를 가를 변수로 금리와 세제 개편을 꼽습니다. 고가주택은 보유세·양도세 변화에, 중저가주택은 대출금리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분석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 의존도가 높은 실수요자의 매수 여력이 줄어 중저가 상승세도 둔화될 수 있습니다. 갈아타기를 계획하고 있다면 집을 먼저 내놓고 사는 순서, 즉 자금 계획을 확정한 뒤 움직이시길 권합니다.
✅ 핵심 요약
- 지난해 10월 15일 서울 전역·경기 주요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였고, 1년 뒤인 이달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대책 직후보다 10.41% 올랐습니다.
- 규제는 상승 속도를 늦췄지만 풍선효과를 막지는 못해, 대출이 막힌 수요가 중저가 아파트로 옮겨 가격을 끌어올렸습니다.
- 올해 1~8월 전국 아파트 준공은 29.3% 줄었고, 11월 전국 입주 예정 물량은 지난해 같은 달의 절반 수준입니다.
-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연초 이후 8.55% 올랐고, 8월 갱신계약 10건 중 9건은 보증금을 올려 연장한 계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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